중환자실, 그리고 예상 못한 진단 [2편]

그날 새벽부터 목요일까지, 가족은 중환자실에 있었습니다.

면회는 하루 두 번, 정해진 시간에만 가능했어요. 면회 시간이 되면 가고, 끝나면 나오고. 그 사이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솔직히 잘 기억이 안 나요. 멍하니 있었던 것 같아요.

목요일 오후, 일반 병실로 옮겼습니다. 같은 병을 가진 환자들이 모여 있는 병동이었어요. 병실 한쪽에 보호자용 간이침대가 있었고, 그날부터 저의 병원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처음엔 대소변을 다 받아냈어요

소변줄은 끼고 있었지만, 나머지는 제가 다 챙겨야 했어요. 관장약을 계속 먹고, 관장도 하고. 거동이 안 되니 화장실을 데려가는 것도 일이었어요.

간이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는 건데, 잠이 제대로 올 리가 없었죠. 그래도 그냥 했어요. 해야 하니까요.


다음날, 의사 선생님이 설명을 해주셨어요

병명은 급성 뇌경색이었습니다.

함께 나온 진단이 당뇨, 고지혈, 고혈압이었어요. 고지혈은 수치상 정상이지만 예방 차원에서 약을 먹자고 했고, 고혈압도 심한 편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당뇨는 정말 예상 밖이었어요.

우리 가족 중에 살찐 사람이 없어요. 다들 평균이거나 그 이하예요. 건강검진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없었고요. 그런데 갑자기 당뇨라니.

그 말을 듣는 순간, 오래전 기억이 하나 떠올랐어요. 가족 중 어른이 뇌졸중으로 오래 앓다가 돌아가셨거든요. 당시엔 원인이 뭔지 잘 몰랐는데, 혹시 당뇨와 연관이 있었던 걸까.

의사한테 물었더니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했어요.


원인이 뭔지는 끝내 명확하지 않았어요

심장, 대동맥 쪽에는 혈전이 없었어요. 정밀검사를 더 진행했습니다. 뇌 초음파, 심장 초음파, 인지검사까지.

결과는 별다른 이상 없음이었어요.

의사 선생님 말로는, 뇌의 아주 미세한 혈관 끝 부분이 막혔을거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정밀 검사에도 뚜렷하게 안 보인다고 했어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갑자기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딱 뿌러진 원인을 알고 싶었는데 의사선생님은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만 하시고, 급하게 검색을 해보니 재발도 잘 된다고 하고 병실에 돌아오면 같은 병으로 입원한 사람들이 너무 많고….

그래서 병원에서 진행 중인 연구에도 참여했어요. 정확히 어떤 연구였는지 그 명칭은 잘 기억나지 않아요. 24시간동안 심박 측정기를 심장 부분에 붙이고 측정을 해서 기록하는 거였어요. 심박과 심근경색의 관련성을 보는 연구였던거 같아요. 3개월에 한 번 씩, 1년 넘게 추적 조사를 했습니다.

결과는 정상이었어요.

남은 건 당뇨였습니다. 처음엔 수치가 높았지만 재활병원으로 옮길 무렵엔 6.5~6.8 사이로 내려왔고, 지금도 6.3~4 정도를 유지하고 있어요. 의사는 지금 수치에서도 약을 계속 먹는 게 낫다고 해서, 고혈압 약과 함께 지금도 복용 중이에요.

원인도 모르고, 수치도 크게 높지 않은데 약은 계속 먹어야 한다는 게 솔직히 지금도 가장 불안한 부분이에요.


간병인을 쓸 수가 없었어요

입원하고 나서 바로 현실적인 문제가 닥쳤어요. 간병인이었습니다.

24시간 간병인이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가격을 알아봤는데, 한 달에 수백만 원이 훌쩍 넘었어요. 들리는 말로는 700~800만 원까지 든다는 얘기도 있었어요.

간병보험이라는 게 있다는 걸 그때는 잘 몰랐어요. 주변을 둘러봐도 병실 대부분이 가족이 직접 간병을 하고 있었어요. 재활병원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러니까 그게 당연한 줄 알았어요.

결국 저도 직접 하기로 했습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간이침대에서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게 맞는 선택이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그때는 그게 할 수 있는 전부였어요.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재활병원으로 옮겼습니다.

(3편에서 계속 – 재활병원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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