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에서 재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냥 여기서 계속 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병원 측에서 말하더라고요. 의료법상 대학병원은 입원 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재활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요. 연계를 해줄 수 있다고 했고, 따로 갈 곳이 있으면 그렇게 해도 된다고 했어요.
연계를 부탁했더니 몇 군데 소개가 왔어요.
재활병원을 어떻게 골라야 하나
기준이 없었어요. 처음 겪는 일이니까요.
어떤 곳은 규모가 크고 프로그램이 많았고, 어떤 곳은 규모는 작지만 가족 같은 케어를 한다고 했어요. 어떤 곳은 대기가 있다고 했고요. 퇴원 날짜에 맞춰서 가야 하나, 좋은 곳을 기다려야 하나, 판단이 안 됐어요.
그때 문득 사촌 이모가 생각났어요. 그 이모 가족이 사고로 재활병원을 여러 곳 옮겨다닌 경험이 있었거든요. 조언을 구했더니 딱 두 가지를 말했어요.
규모가 크고, 무조건 집에서 가까운 곳.
규모가 작으면 재활 선생님과 맞지 않아도 선택권이 없어서 힘들다고요. 그리고 보호자가 매일 오가는 거, 지하철 한 정거장 차이도 크다고 했어요.
그 말대로 연계 병원 중에서 집에서 제일 가깝고 규모가 큰 곳을 골랐어요.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어요.
휠체어로 시작했어요
재활병원에 입원하고 처음엔 휠체어로 이동했어요. 위층에 재활실이 있었는데, 매일 스케줄이 있었어요.
오른쪽 편마비였거든요. 오른 다리, 오른 팔, 오른쪽 입술과 기도까지 영향을 받아서 언어에도 문제가 생겼어요. 그래서 다리 운동, 팔 운동, 언어치료를 골고루 받았어요.
아침 먹고 재활실로 내려가서 치료받고, 점심 먹고 다시 재활, 저녁 먹고 휴식. 그게 매일 반복됐어요.
걷기, 런닝, 자전거 타기, 손으로 기구 쥐었다 폈다 하기, 작은 물건 집기, 언어치료 선생님과 발음 연습까지.
제일 먼저 좋아진 건 다리였어요
재활병원에 옮겼을 때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다리는 큰 근육이라 재활이 빠릅니다.”
진짜 그랬어요.
처음엔 부축을 받아야 겨우 걸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재활실을 오갈 수 있게 됐어요. 한두 달이 지나자 점심 먹고 옥상에 올라가 보기도 하고, 잠깐 밖에 나가 보기도 했어요. 주말엔 집에 다녀오기도 했고요.
그 작은 변화들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우리만의 원칙이 있었어요
재활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세운 원칙이 하나 있었어요.
천천히,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자. 절대 무리하지 말자.
그런데 저는 어릴 때부터 집안에 오래 아픈 분이 계셨어요. 그래서 병이 낫는 건 시간이 걸린다는 걸,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알고 있었어요. 그게 컸던 것 같아요.
재활병원에 있다 보면 마음이 급해지는 순간들이 있어요. 더 빨리 낫고 싶고,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고. 그런데 재활은 무리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어요. 천천히 내 속도를 유지하는 것, 그게 결국 가장 빠른 길이었어요.
(4편에서 계속 – 퇴원, 그리고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