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날, 환자는 기분이 좋아 보였어요.
저는 마음이 복잡했어요.
병원에 있는 동안은 모든 게 정해져 있었어요. 밥도 나오고, 재활 스케줄도 있고, 뭔가 문제가 생기면 바로 의료진이 있고. 그런데 집에 가는 순간부터는 그게 다 없어지는 거잖아요.
당뇨 식이는 어떻게 하지? 재활은 외래로 병원을 다니기로 했는데, 그럼 나머지 시간은? 집 구조는 환자가 생활하기 편하게 되어 있지도 않은데. 약은 아침 점심 저녁 종류도 얼마나 많은지. 병원에서 본 환자들 대부분이 재발 환자들이었는데, 우리도 혹시…
머릿속이 복잡했어요. 이제 진짜 환자 케어가 시작되는구나 싶었어요. 솔직히.
일단 세 가지부터 잡았어요
복잡하게 생각하면 끝이 없으니까,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했어요.
첫 번째는 당뇨 식이였어요. 입원해 있는 동안 병원 식단을 눈여겨봤어요.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했고요. 그렇게 조금씩 알게 된 걸 집에서 적용하기 시작했어요.
쉽지 않았어요. 전라도가 고향인 사람이거든요. 맵고 달고 짭짤한 음식을 좋아하고, 술 담배 간식 야식도 즐겼어요. 그러면서도 살은 안 찌는 체질이었고요. 그게 오히려 방심하게 만들었던 걸 수도 있어요.
당뇨 환자는 배고프면 안 된다고 해서, 아침을 안 먹던 집이었는데 세 끼를 챙겨 먹기 시작했어요. 식습관을 통째로 바꾸는 일이었어요.
두 번째는 약 정리였어요. 아침 점심 저녁, 종류도 너무 많아서 새 약통을 사서 다 분류해서 담았어요. 이게 생각보다 큰일이었어요.
세 번째는 재활 다니기였어요. 외래로 병원에 다니면서 프로그램대로 꾸준히 받았어요.
한동안 집 밖을 못 나갔어요
계단을 내려가는 것도, 밖에서 걷는 것도 아직 위험했거든요. 집에 처음 돌아왔을 때 의외로 무서웠던 게 화장실 문턱이었어요. 다른 곳은 문턱이 없는데, 화장실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걸려 넘어질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소파 모퉁이 같은 것도 그렇고요.
한동안은 집에만 있었어요. 그러다 조금씩 나가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잠깐, 그다음엔 조금 더. 그렇게 반경이 넓어졌어요.
지금은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
1년쯤 지났을 무렵, 가족이 회사에 복귀했어요. 마침 가족 회사였던 덕분에 복귀가 어렵지 않았어요.
걷는 건 이제 아무도 몰라요. 속도도 예전이랑 같아요. 원래 좀 빠른 편이거든요. 그래도 겁이 나니까 뛰는 건 하지 말라고, 천천히 행동하라고 지금도 맨날 얘기해요.
정기검진은 처음엔 3개월에 한 번 대학병원을 다녔고, 지금은 6개월에 한 번으로 간격이 넓어졌어요.
당뇨 식이는 여전히 하고 있어요. 식후 산책과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고요. 처음엔 제가 매일 혈당을 체크해줬는데, 지금은 혼자 하고 있어요.
오른손은 완전히 돌아오진 않았어요. 세밀한 동작은 아직 어려워요. 그런데 원래 왼손잡이였던 덕분에 일상에서 별 불편함은 없어요.
말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은 몰라요. 저는 약간 발음이 새는구나 알 수 있을 정도예요.
장애인 등급 신청을 하라고 해서 했더니 6급이 나왔어요. 장애 등급은 1급이 가장 중증이고 6급이 가장 가벼운 단계예요. 아직 별다른 혜택은 받아보지 못했지만, 이런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서 적어둬요.
약은 이제 하루 한 번이에요. 당뇨 약, 뇌 활성화를 돕는 약, 고혈압 약. 그게 지금의 일상이에요.
재발이 걱정돼요. 그런데 말한 적이 없어요.
5년 내 재발 확률이 높다고 했어요.
솔직히 걱정돼요. 병원에서 재발 환자들을 너무 많이 봤거든요. 저희도 젊은 편이었지만 저희보다 훨씬 젊은 분들도 많았고요.
그런데 걱정한다고 재발이 안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가족한테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어요. 그냥 하루하루, 약 잘 먹고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운동하고 식이요법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그래서 이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그 걱정을, 그 막막함을, 같은 상황에 있는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어요.
뇌졸중 가족을 돌보면서 정보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몰랐던 것, 간병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힘든 건지, 퇴원 후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것들.
저 같은 상황에 있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덜 막막하셨으면 해서요.
전문가는 아니에요. 그냥 직접 겪어본 사람이에요.
그래도 그게 어떤 정보보다 솔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